1. 일상과 생각/소소한 일상

이직 10개월차의 소회 (좀 깁니다.)

싱아 2020. 1. 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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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굳!!


 
 이직에 성공하여, 작년 3월에 첫 출근했는데, 벌써 이직한지 10개월차에 접어 든다. 이제 어느정도 적응했으니, 소회를 한번 적어보련다.

:: 지역이동

서울 >> 강원도로 이동

 이직 발령지가 강원도라, 오랫동안 터 잡고 살아왔던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 강원도는 정말 휴가나 해맞이 보러 갈때 들르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이 곳에서 최소 2년을 살아야 한다. 처음엔 이 지역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더랬다.

고민된다으앙~



 서울 살때는 자동차가 그리 필요가 없어서 그 간 구입하지 않고 있었는데, 발령지의 직장 앞 버스정류장엔 버스가 2시간 30분에 1대가 오는 어마 무시무시한 곳이라 이 곳에 온지 한 달만에 자동차를 계약했다. 계약 두 달 후에 차가 나온다고 하여 차가 나올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는데, 이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차가 나오자마자 자전거는 창고에 봉인해버렸다. -_- 

 처음에는 서울이 너무도 그리워 주말만 손꼽아 기다렸고 금요일 퇴근시간이 되면 역으로 달려가 서울행 기차를 타고 서울 집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왔다.

불금이다. 집에가야해~~ 후다다닥~



 아무래도 주말을 같이 보낼사람이 없다는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컸고,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다보니 자꾸 가게 되더라. 그리고, KTX가 있어서 1시간 30분이면 서울에 도착할수 있다는 것도 한 몫하긴 했다. 뭐 고속버스도 2시간 30분이면 가긴 함. 그런데 지금은 정말 볼 일 없으면 그냥 집에서 쉰다. 아니면 근처 바닷가 구경가던가, 관광지 보러 가던가, 아님 책을 읽던가 하며 쉬게 된다. 서울 가는 것도 이젠 귀찮아진거지 ㅎㅎ

:: 업무

 내가 전에 하던 일은 70% 현장업무 + 20% 영업업무 + 10% 민원처리 업무 였다. 08시 10분 회의, 09시 현장업무 시작 + 영업업무 같이 함, 18시 사무실로 와서 민원처리 업무 시작, 퇴근은 대략 22시경?  대략 이런 패턴이었다.주 5일제의 회사였지만, 토요일은 현장업무 처리 때문에 돌아가면서 쉬는 구조였고 (물론 휴일근무수당 줌) 일요일이나 소위 빨간날이라고 칭하는 공휴일도 일이 생기면 나와야 했다.

 집에서 1시간거리의 회사였던지라, 6시에 일어나서 6시 40분에 집을 나섰고, 집에 돌아오면 23~24시 사이였다. 항상 별보고 출근, 별보고 퇴근하는게 일상이었지...

 현장업무는 처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항상 시간에 쫓겨다녔고, 영업업무는 인센티브와 할당 받은 것을 처리해야 해서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했으며, 늘 말도 안되는 민원 처리하느라 5년을 근무하면서 늘어가는것은 나이와 주름과 새치 였다. 물론 대기업이고 사람을 갈아마시는 만큼 연봉은 동종 업계에 비해서 꽤 주는 편이었지만...

일의 양이 어마무시했다..

 내 개인적인 시간이 너무 보장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하다가 죽겠다 싶던 찰나, 과로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병원에서 고심끝에 이직을 결심하여 8개월간 공부를 통해  현 직장으로 이직을했다. 그렇게 해서 이직한 현 직장은 70% 현장업무 + 30% 사무업무가 전부다.

 이 곳의 현장업무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현장업무다.  그냥 가서 이것저것 해주면되고, 오늘 하다가 안되면 내일하지뭐~ 이게 가능하다.
어디서 의뢰가 들어와도 그건 나중에 가지뭐~ 도 가능하다. 하하

 사기업에서 항상 시간에 쫓기고, 처리 제대로 못하면 밤 새서라도 처리해주던, 나로선 정말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하다보니 그래도 되더라? 의뢰한 사람들도 그냥 시간날때 와서 해줘~ 이런식이고...

네 엄청쉬워요
네 엄청쉬워요



 사무업무의 경우 내가 기안해서 보고하는게 아닌, 위에서 어떤 사항을 조사해서 보고해 주세요 라는 식으로 문서가 오면, 조사해서 보고해 올리는 식이다. 조사하는것도 그냥 사무실에 있는 비품이나, 필요한 물건들 ,그리고 한달에 처리한 업무들 내역 같은거라 정말 별거 아닌 사무업무다.

 그리고 남은 시간들은 그냥 쉰다. 차도 마시고, 잡담도 하고...초과근무 할일은 거의 없고, 매주 업무시간 내에 1시간정도 운동하는 시간이 있어서
운동하는 시간에는 다들 알아서 운동만 한다. 그냥 쉬어도 되고...

와....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

 지옥같은 사기업의 전투현장을 뚫고온 나에겐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리고 퇴근은 항상 정시 퇴근이다. 눈치를 볼필요도 없고, 팀장급부터 먼저 오늘 여기까지 합시다. 수고하셨어요~ 하며 일어선다. 그래서 나도 당당하게  컴퓨터 꺼버리고 내일 뵈어요. 하며 나온다.

:: 퇴근 후

 전 직장에서는 집에 들어와서 신변정리하고, 오늘 한일과 내일 할일 정리하고 자리에 누우면 자정이었다. 6시에 일어나야하니 그냥 바로 꿈나라로 갔더랬지.  무언가 다른 계획을 세울래야 세울수가 없었고, 주말에도 일이 생겨서 나와야 할까봐 약속을 제대로 못잡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다가 주말에 쉬게 되면, 말 그대로 쉬었다. 휴대폰 충전하듯이 바닥에 뻗어서 내 몸을 충전을 했다. 다음주에도 전쟁터로 나가서 싸우려고 살려고 충전을 했더랬지...

충전ing....



 전 직장은 오롯이 날 위해 쓸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수도 없었고, 사람을 만날시간도 없었다.

 이직을 하니 17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이 시간에 퇴근을 하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 거의 항상 22시경에 퇴근했었는데...팀장급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가방메고 먼저갑니다~ 하고 슝~ 하고 나가버리니 나도 미련없이 나가게 된다.

 직장이랑 집이 가까운곳에 있어서 집에오면 17시 45분즈음이 되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런지 무언가를 배워볼까? 아니면 모임을 나가볼까? 라는 한가한 생각도 해본다. 가끔은 퇴근후 곧장 시내에 있는 코인노래방에 가서 홀로 노래를 부르며 보내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는지에 대한 고민과, 부동산이나 직무에 대한 자기개발도 틈틈히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아, 요즘에는 요리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간간이 요리도 해보고 있다.

정말 매우 즐겁다.

 

 퇴근 하고 자정까지의 시간이 하루 6시간 남짓 인데, 이 6시간이 나의 삶의 질을 엄청 향상시켜줬다. 9개월동안 여가시간 보내며 전공 자격증 3개를 취득할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 이었다.

:: 생활의 변화

 전에는 항상 시간에 쫓기고 영업+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자는 시간이 유일한 해방구였던지라, 늘 피로에 절어 있고 인상을 쓰고 다녀서 미간에 주름도 생기고 얼굴도 까매졌고 뭘해도 짜증이 가득했었다.

늘 이런 상태였지..

 그런데 지금은 내 시간이 많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늘 웃고 다니고 얼굴도 하얘졌다. 뭘 해도 행복하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에게나 엄청 친절해진 나를 발견했다.

지금은 이런 모습 ㅎㅎㅎ

 저녁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가시간을 보낼수 있고, 주말도 전화올까봐 전화기 붙들고 전전긍긍하지 않고 전화기 아무대나 던져두고 쉬어도 되고 그냥 다 좋다. 물론 연봉이 굉장히 많이 줄긴했지만, 이제 사람 답게 사는 기분이 든다.


:: 결론

그렇다고 내가 월급루팡은 아님!!

 정말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이러다가 몸이 망가질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계획하고 실행한건데, 8개월동안 바짝 공부해서, 이직 하길 잘 한 것 같다. 연고지랑 멀어진건 처음엔 좀 그랬는데,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적응이 된것 같다. 뭐 2년만 있으면 또 다른 지역으로 갈수도 있으니 그때 원하는 지역으로 가면 될 것 같고,연봉도 좀 아쉽긴 하지만, 몸값은 내가 노력해서 올리면 되는거고, 이제 든든하고, 마음 편안한 직장기반을 잡았으니 손 놓고 있던 재테크에 신경 좀 쓰고, 따로 만나는 사람만 생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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